'국가기밀' 귀막은 고용부…장관-국장, 정보공개 외고집

국장직 개방형으로 바꾼 뒤 삼성킬러 변호사 영입
유가족 공개 고법판결, 제3자 확대로 멋대로 해석

임정환 기자 2018.04.15 22:56:53

▲고용부와 삼성전자.ⓒ연합뉴스


고용노동부와 삼성이 반도체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의 정보공개 여부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논란의 근간에 정부의 '삼성 손보기'가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노동계 출신인 김영주 장관은 취임 전부터 삼성을 정조준하겠다고 별렀다. 행동대장 격인 담당국장 자리엔 삼성과 악연 있는 변호사를 영입해 앉혔다. 삼성을 저격하려는 목적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정황이 눈에 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6일 고용부 오비(OB·전직 관료)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고용부가 단순히 반도체공장 현장근로자의 건강과 작업 환경을 살피도록 측정보고서를 공개하려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삼성을 표적으로 정권에 길들이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 적잖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를 강행하겠다는 태도다. 최근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삼성의 문제 제기에 정보공개를 보류하라고 결정하자 이 결정을 취소하라는 공문을 다시 심판위에 보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OB는 "이번 논란은 김영주 고용부 장관과 박영만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의 전면배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고용부 안팎에선 이번 논란은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 장관이 내정되면서부터 예고됐던 거라는 관측이 있다.

김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해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의 삼성반도체 산업재해 피해자 관련 질문에 "취임하면 즉시 지방노동청을 통해 삼성반도체 현장의 안전보건 진단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전부터 삼성을 정조준하고 있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월 대전고등법원은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산재 피해자 유족에게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고용부는 3월 기다렸다는 듯 '이해 관련성을 불문하고' 보고서를 산재 근로자와 유족뿐 아니라 시민단체 등 제3자에게도 공개할 수 있게 행정지침을 고쳤다.

고용부가 법원 판결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해 삼성의 모든 반도체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제3자에게도 공개하도록 발 빠른 조치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고용부 OB는 "1심에서 법원은 피고인 천안고용노동지청의 손을 들어줬고 항소심은 이를 번복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하는 게 모양상 맞는데 (천안지청은) 2심 판결을 수용하고 상고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대가 센 지청장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알 권리를 제한하면 안 된다'며 총대를 메고 상고를 포기할 순 없다"며 "설령 자신이 결정했더라도 본부 법무팀과 협의했을 테고 그 과정에서 장관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OB는 "마침 천안지청장은 상황이 자기에게 불리해도 남 탓으로 돌리는 성격이 아니다"며 "장관이 항소를 포기하라고 시켰어도 대외적으로는 자기가 결정했다고 할 스타일"이라고 부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연합뉴스


논란이 불거지자 산업계에서는 지난 2월28일 발령된 신임 박 국장을 주목했다. 박 국장은 2011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근로자의 직업병 산재소송에서 근로자 측을 대변했던 의사 출신 변호사다. 2016년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법 시술 의혹을 조사하기도 했다.

고용부는 박 국장이 산재보상정책국장으로 온 지 1주일 만인 지난달 6일 행정지침을 고쳐 전국에 하달했다. 고용부는 지난 9일 열린 정보공개청구 처리지침 긴급 브리핑에서 "이미 지난해부터 지침 개정작업을 진행해왔다"며 "개인 경력과 연관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박 국장 내정 사실이 알려진 것은 2월23일이다.

고용부 OB는 "고용부는 2022년까지 산재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인데 정작 담당 국장은 오랫동안 공석이었다"며 "장관이 실무까지 챙기기에는 모양새도 안 좋고 몇 명의 내정자가 인사검증 과정에서 잡음이 일자 서둘러 박 국장 카드를 꺼낸 것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는 식으로 의혹을 살 만하지만, (삼성을 상대하는 데) 박 국장만 한 인물도 없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OB는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고용부 안에서도 목에 힘을 주는 자리다. 안전보건공단·근로복지공단 등 덩치 큰 산하기관 2곳을 거느린다"며 "주요 정책을 다루는 곳이어서 그동안 외부인에게 개방한 적 없는데 이번에 개방형 직위가 됐다"고 짚었다.

이어 "국장은 통상 1년에서 1년 반쯤 업무를 보는데 전임 국장은 개방형 직위가 되면서 8개월여 만에 느닷없이 자리를 내놨다. 박 국장은 보건 쪽 전문가라서 반쪽짜리 국장에 불과하다"며 "기존 공무원 인력과 문화로는 삼성을 상대하기 녹록지 않다고 보고 외부에서 행동대장을 수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OB는 "삼성은 무서운 조직이다. (고용부) 공무원 사이에선 삼성이 문제를 제기하고 물고 늘어지면 옷을 벗을 수도 있으므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고용부는 이번 논란을 앞두고 실무조직도 재편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담당 공무원들은 인사이동으로 지난달부터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고용부 한 OB는 "정황상 본부에서 이번 행정지침 개정이 불러올 파문을 예측하지 못하고 실무선을 교체한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논란이 불거졌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기존 담당자가 상황에 대처하도록 하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고용부가 모르쇠와 밀어붙이기 전략을 구사하면서 실무라인의 언론 대응 속도를 늦추고 윗선 보고를 통해 말실수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인사이동이었다. 실무담당자는 같은 과에 있었거나 직전은 아니어도 과거에 관련 업무를 봤던 사람들로 경력은 더 많다"며 "과장은 물론 전임자도 같은 과에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천안고용지청의 대법원 상고 포기와 관련해선 "당시 공식적으로 업무를 보지 않았고 사견을 말할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영업비밀이라는 삼성의 주장대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던 관행이 맞는지에 대한 이견은 예전부터 있었다"며 "이번 행정소송을 통해 명확히 할 기회가 생겼으니 오히려 잘 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의 반도체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정보공개 사례에 대해선 "이번 조처는 법원 판결과 우리나라 공공기관정보공개법에 따른 것"이라며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어서 외국의 사례를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보고와 관련해선 "나라마다 보고방식이 다르다"며 "일본은 측정 후 노동관서에 보고토록 한다. 미국은 사업주가 측정결과를 보관하고 있다가 노동관서에서 요구하면 제출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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