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칙' 사라졌다… 이재용 재판, 특검-여당 '여론전' 전락

'재판부 특별감사 청원' 20만 돌파… "판결, 여론조사까지"
"여론재판 위한 치열한 장외전… 정치권, 시민단체 개입 사라져야"

윤진우 기자 2018.02.09 06:10:38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8일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함에 따라 해당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됐다.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를 감사해야한다는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돌파했고, 판결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는 58.9%를 기록했다. 

재판부에 대한 비난은 욕설을 넘어 가족 계좌 추적, 파면 등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여당 국회의원들이 "침을 뱉고 싶었다" "법복을 벗고 식칼을 들어라" "궤변으로 재벌 편을 들었다"는 비난을 쏟아내자 도를 넘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입법부인 국회의원들이 감시·견제를 앞세운 건전한 비평이 아닌 여론몰이식 비난을 하는건 법치주의를 흔드는 행위라는 걱정이 뒤따르는 이유다.

특히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사상 최악의 판결을 내렸다. 경제민주화와 사회정의에 역행하는 사법부는 존재 의미가 없다"고 했다. 또 이 부회장을 '정경유착 공범'이라 언급하면서 "재판부가 면죄부를 줬다"고 도 넘는 비난을 앞세우고 나섰다.

재판을 담당한 정형식 부장판사는 이같은 장외논란에 대해 "예상했던 결과"라며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를 중심으로 "반기업정서가 '반삼성' 기류로 옮겨가면서 상고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고심을 뒤집기 위한 여론전이 벌써부터 시작된 느낌"이라며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검법에 따라 상고심은 항소심 후 2개월 이내에 선고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권고사항에 불과해 지켜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실제 이 부회장 재판의 1심은 6개월, 항소심은 5개월이 소요됐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은 사실관계와 법리해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일반적인 법률심으로 운용되기 힘들 것"이라며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실상 1, 2심과 같이 5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외논란은 수 개월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돌파한 것과 관련, 법학대학원 교수는 "판결을 뒤집겠다기 보단 판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의사표현으로 보는게 합리적"이라며 "청와대가 판결과 판사에 대한 특별감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며 청원에 참가한 국민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같은 행동은 불만 표시에 그쳐야지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곤란하다"며 "사법 제도를 흔들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경계했다.

야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여당이 이 부회장에게 날을 세우는 것은 '가상화폐', '올림픽 대북정책', '밀양화재'로 불거진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는 평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심 받길 원하는 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법리적 견해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원색적인 비난은 삼권분립을 훼손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조계에서는 상고심을 심리할 대법관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고 보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건의 무게를 감안할 때 상고심은 전원합의체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대법관 3명이 오는 8월 교체된다"면서 "대법관들이 비판여론에 부담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상고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흔드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 우려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은 8일 서울고등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상고심은 법리다툼과 함께 여론을 움직이기 위한 다양한 장외전이 예상된다"면서 "이미 특검과 여당, 시민단체의 여론몰이가 시작됐고, 삼성을 향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질 수 있지만 '증거'와 '법리'에 입각한 공정한 판결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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