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재용 공판에 '김상조' 부른 이유"

삼성 저격수 증명하듯 '공격적인' 발언 이어가
"구체적 증거 요구엔 '증거 제출할 수 없다' 큰 소리도"

윤진우,연찬모 기자 2017.07.14 18:16:52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데일리DB



"공직자로서 이재용 부회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심적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해당 공판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한국경제의 미래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출석했다"

이재용 공판에 출석한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연차를 내고 개인차량을 운전해 법원에 도착했다. 공정위원장이 아닌 우리사회 시민의 한 사람으로 출석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9차 공판이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김 위원장은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을 거치며 재벌 개혁에 앞장서 왔다. 특히 삼성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문제를 수 차례 언급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달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경제개혁연대에 삼성 관련 논평을 낼 만큼 삼성과 관련된 이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삼성은 국내 다른 대기업과 다른 특이한 기업문화와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날 공판에서도 삼성의 승계작업의 역사를 시작으로 ▲다른 기업과 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맹점 ▲삼성물산 합병 후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구조 변화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에서 지분 확보의 이유 ▲바이오 등을 포함한 삼성 신수종사업의 의미 ▲대통령이 기업의 승계작업에 미치는 영향 ▲공소사실을 반박하는 삼성의 주장에 대한 입장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신문은 앞서 진행된 40여 명의 증인신문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지금까지 신문이 '질문이 길고 답변이 짧았다'면 김 위원장의 신문은 '10초 질문에 5분 답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검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검이 간단한 주제를 던지면 김 위원장이 재판부와 방청객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 모양새였다.

삼성을 정면 비판해온 진보 성향 학자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특검의 추임새와 칭찬은 또 다른 볼거리였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증거나 근거를 제시하는 질문에는 '없다'고 함구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돕지 않았다면 삼성물산의 합병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마무리 단계였다' '계열사 경영진은 기업의 의사결정을 선택할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 등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추궁하는 물음에는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증거를 요구하면 제출할 수 없다"며 "삼성의 법무팀장으로 양심선언을 했던 김용철 변호사도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물산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절차라는 사실은 우리 국민 모두가 아는 팩트"라며 "그걸 부정하는게 삼성이나 이재용 부회장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직 장관급 인사의 증인신문에 재판부도 인내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라면 제지하거나 중단시켰을 답변도 끝까지 들었다. 증인이 알 수 없는 사항에 대한 특검의 질문을 두 차례 제지한게 전부였다.

다만 구체적인 근거나 증거를 댈 수 없다는 주장에는 "그 어려운 부분을 재판하는 거다. 경험한 것 중에 알고 있는 근거를 말해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적법성을 다투는 형사재판 특성상 구체적인 증거와 근거를 통해 공소사실을 입증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주장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캐물어 증언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전략을 펼쳤다. 그가 주장한 사안의 구체적인 증거나 근거를 요구하면서 모든 증언이 김 위원장 개인 생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실제 변호인단은 김종중 전 미전실 사장으로부터 들었다는 주장을 수 차례 확인하고 되물었다. 

한편 재판부가 김 위원장의 증언의 법적효력을 어느정도 인정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부분의 증언이 생각, 추측을 근거로 하고 있어 증거능력이 부족하다는 주장과 현직 공정거래위원장이라는 직위와 무게를 감안할 때 선고에 중요한 표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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