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 시대 맞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손자병법

27일 등기이사 선임... 以患取利 전략으로 돌파해야

박정규 대표 기자 2016.10.24 05:52:22

코카콜라는 수십년간 세계 음료기업 중 최고의 브랜드로 손꼽히고 있는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코카콜라는 하루에 9억병에 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코카콜라의 세계 음료시장 점유율은 52%였는데, 오늘날에도 50%대의 경이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130년의 코카콜라 역사에서 항상 순탄한 질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 초반부터 펩시콜라가 대대적으로 젊은 세대를 공략하면서 코카콜라는 시장점유율이 80년대 중반에는 20%까지 하락한 적이 있었다.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전세계에 뻗힌 마케팅 네트워크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코카콜라의 주가는 급락했다. 

벼랑 끝에서 대책을 모색하던 코카콜라는 펩시콜라의 대약진이 ‘단맛’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20만명을 대상으로 한 시음행사를 거쳐 1986년 ‘뉴코크’를 출시했다. 경영진은 아예 기존 코카콜라 맛을 완전히 버리고 ‘뉴코크’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소비자들은 기존 코카콜라를 버리는데 대해 격렬하게 반대했다. 심지어 소비자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코카콜라 경영진은 80여일 만에 기존 코카콜라 생산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요구에 무릎 꿇고 회사 정책을 바꾼 코카콜라 경영진의 용기에 시장은 뜨겁게 화답했고, 이 결정 이후 코카콜라의 점유율은 50%대를 향해 치솟기 시작했던 것이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벼랑 끝에 선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배터리 화재로 문제가 된 갤럭시노트7를 단종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과 한국에서 일부 소비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엘리엇펀드가 주주 배당 대폭 확대를 공식 요구하는 등 최악의 위기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오는 27일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마치 초대형 토네이도가 몰려드는 상황에서 들판에 뛰어나가는 형국이다.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실질적인 그룹 총수 역할을 하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에서 비켜나 있었던 그는 앞으로 전면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그룹의 핵심기업인 삼성전자호를 이끌어나가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말할 나위도 없이 갤럭시노트7 사태는 삼성전자에게는 사상 최악의 신뢰 위기요, 총체적 경영 위기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정도의 위기는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은 26세에 마산에서 두 명의 동업자와 함께 당시 돈 1만원씩을 출자해 협동정미소를 세우며 사업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첫 사업은 파죽지세로 번창했다. 그는 토지투자 및 쌀 소작농사업에까지 손을 뻗치기로 마음먹고 식산은행 융자를 끼고 김해평야 대부분을 사들이기에 이른다. 1년만에 그의 땅은 200만평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모든 은행 대출 회수령이 떨어졌고, 이병철은 하루아침에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 사건을 거울삼아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 간판을 내걸고 무역업으로 차분하게 재출발, 글로벌 삼성그룹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던 것이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삼성그룹은 1960년대 한국비료 사건으로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 그러나 이병철은 특유의 돌파력으로 비료사업을 청산하고 전자사업에 집중하면서 삼성전자 시대를 열게 됐다.   

돌이켜 보면 삼성그룹의 역사는 ‘위기-극복-재도약’의 역사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신뢰 위기...그리고 도요타의 타산지석

갤럭시노트7의 추정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당초 5조 원대로 예상됐던 손실은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최소한 7조원을 넘어서고 협력사 부품재고까지 감안하면 1조원 규모가 추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손실은 삼성전자의 한 분기 영업이익 규모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특히 갤럭시노트7 사태는 삼성전자와 하청업체들에게 직격탄이 되면서 한국경제의 하반기 성장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반추해보면 삼성전자의 이번 위기는 ‘전세계 휴대폰시장 점유율 1위’라는 금자탑에 지나친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기업 분위기를 기초부터 재정비하는 기회라고 할 수도 있다.

역사상 최고의 병법서로 꼽히는 '손자병법'은 군쟁(軍爭)편에서 이환취리(以患取利)를 강조하고 있다. 실패나 예기치 않은 고난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 경영 실패를 재도약의 밑거름으로 삼기에는 것은 두배, 세배의 에너지가 소모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위기를 극복해낼 경우 훨씬 더 강한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도요타의 사례에서 목격하고 있다.  

도요타는 급발진사고로 2010년 아키오 사장이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하는 등 초유의 신뢰 위기에 휘말렸다. 세계 1위에 올랐던 도요타의 세계 판매량은 4위로 추락했다. 오늘날 갤노트7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도요타는 차분하게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침착하게 난제들을 해결해가면서 도요타는 2년만에 세계 판매량 1위를 되찾았고 오늘날 더욱 강해진 도요타로 우뚝 섰다.  

반면 소니, 노키아 등 1980년대, 1990년대 세계 무대를 주물렀던 기업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소니- 가전 디지털혁명, 노키아- 스마트폰혁명)에서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초일류기업들의 경쟁에서 낙오되고 말았다. 시장이 급변해 경영방식을 뿌리째 바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종전 성공시대 경영 패턴과 관행을 갑자기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는 생전에 ‘기업을 크게 성공시킨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무엇인가 큰 잘못을 했다고 확인한 순간, 시장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 즉시 기존의 결정을 번복하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빨리빨리’에서 ‘차분하게 다지는’ 초일류기업으로 

삼성전자가 위기에 서 있지만 다행히도 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조지타운대 맥도너 존 제이컵 교수는 최근 타임지 칼럼에서 “모든 기업은 실수를 하는데, 우리는 기업이 실수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집중해야 한다”며 “삼성이 당국의 조사에 앞서 전격 단종을 결정한 것은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이며, 앞으로도 삼성은 혁신을 지속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사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제치고 판매량 면에서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올라서면서 내실경영보다는 숫자 경쟁에 지나치게 몰두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글로벌 마케팅 부문의 목소리가 연구, 개발부문을 앞지르면서, 신제품 출시 시기도 ‘개발 및 테스트 완료 시점’ 보다는 ‘경쟁사보다 먼저 출시해야 하는 시점’을 정해놓고 역순으로 개발 일정에 맞추는 등 전후가 뒤바뀐 구조가 정착됐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경쟁사인 애플은 하청업체가 일단 정해지면 1년 이상 안정적으로 납품을 받도록 했지만, 삼성전자는 분기별로 하청업체 입찰경쟁을 시켜 가장 낮은 가격의 업체 제품을 받다 보니 품질 불량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여러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고, 지금도 갤노트7 배터리 폭발 원인에 대한 정밀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삼성이 경쟁사보다 먼저 출시하기 위한 조급증이 앞서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거치지 않고 갤노트7을 내놓는 바람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와 경영학자들의 지적처럼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 경영진이 이번 갤노트7 단종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기업의 재도약을 위한 밑천으로 삼는다면 중장기적으로는 더욱 소중한 보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인들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뿌리 깊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Pali-pali Culture) 속에서 삼성전자 조직 전체가 이번에 제품의 출시 시기보다 품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 삼성은 충분한 댓가를 지불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더 높아지고, 제품력이 더 높아졌을 때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비용은 훨씬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의 갤노트7 사태는 국내 전체 제조업에도 소중한 교훈이 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윗사람 지시에 무조건 따르는 ‘상명하복(上命下服)식’ 한국 기업문화로는 일류기업까지는 갈 수 있다. 그러나 초일류기업으로 가려면 리더의 탁월한 혜안 못지않게, 개발자 한 명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열린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임원 등재를 계기로 그의 경영 행보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능한 기업 조직은 위기 앞에서 무릎을 꿇지만, 탁월한 기업은 위기를 겪을수록 더욱 강해진다는 것을 세계 기업사는 웅변해주고 있다.

새로운 혁신시대를 맞을 삼성전자가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들을 말끔히 딛고 차분하게 재출발해 경쟁사들이 범접할 수 없는 ‘초일류 삼성, 세계 최고 품질의 삼성’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뉴데일리경제 대표 (삼성열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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